언론보도
[한방 돋보기]땀과 한의학
- 작성일2004/12/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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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돋보기]땀과 한의학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기력이 빠진다고 한의원을 찾는다. 진맥을 하고 나서 한약복용을 권하면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한약을 복용하면 땀으로 약효가 빠져 나가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땀으로 빠져 나가는 것은 나트륨과 같은 약간의 이온과 포도당, 그리고 요산, 젖산을 비롯한 대사의 찌꺼기일 뿐 약의 성분이 다 빠져 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편안히 집에서 쉬고 있을 입장이 아니라면 오히려 더운 여름에 기력을 더 보충해야 한다. 그래서 예부터 복더위에 보신탕이나 인삼이나 대추 같이 기운을 돋우는 한약재가 들어간 삼계탕을 먹었던 것이다.
땀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만약 땀이 나지 않는다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땀은 체온을 유지하는 일종의 자동제어장치로, 체온이 적정선 이상 올라가면 땀을 배출해 열을 외부로 발산하게 된다. 또 땀으로 몸의 노폐물을 배설시키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땀의 분비를 관찰하면 땀샘에서 분출되는 땀이 마치 분수에서 물길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땀의 분비는 자율신경계나 호르몬의 자극, 외부의 온도, 운동량 음식물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피부에는 늘 적당한 양의 땀이 분비돼야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사람은 하루에 약 0.4∼0.6Ħ 정도의 땀을 흘리며 야외활동이나 스포츠 등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이 분비한다.
그러나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기온이나 신체활동에 관계없이 생기는 다한증(多汗症)으로, 자율신경 불균형이나 갑상선질환, 당뇨병, 척추신경 이상에 의한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비정상적인 땀을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눈다. 자한은 주로 낮에 줄줄 흐르는 땀으로 ‘기허(氣虛)’나 ‘양허(陽虛)’로 인하며, 도한은 주로 수면 중에 본인도 모르게 흐르는 땀으로 몸의 진액이 빠져나간 ‘음허증(陰虛證)’에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몸에 노폐물이 많아도 ‘습열(濕熱)’로 인해 끈적끈적한 땀이 난다. 황달이 있으면 땀으로 속옷이누렇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서 병세를 알 수 있다. 머리에만 땀이 난다면 위장에 열이 있다는 증거다. 밥 먹을 때만 얼굴에 땀이 흐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사타구니의 식은땀은 신장 기능이 허약해진 것으로 정력 감퇴의 지표가 된다.
손이나 발바닥에 유달리 땀이 많은 것은 지나친 긴장형 성격이 많다. 특히 발바닥이 뜨거워 이불을 덥지 못하고 땀이 난다면 신장의 과다한 열기를 꺼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유달리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은 양기가 왕성한 탓으로 이것은 병이 아니다. 성장에너지가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러 땀을 멈추려고 찬 성질의 한약을 쓸 필요는 없다. 땀이 많이 나면 그 자체로도 불편하지만, 이차적으로 세균의 기생, 번식, 분해가 왕성히 진행되어 피부의 가려움, 발냄새, 액취증 등을 일으킨다. 흔히 손과 발의 고질적인 무좀이나 습진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가끔 땀이 심하게 난다고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고질적인 겨드랑이 암내의 수술이라면 몰라도, 손이나 얼굴의 땀때문에 수술을 받는다면 엉덩이나 배 쪽으로 땀이 보상적으로 많이 나므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적절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이나 건강의 균형을 잡아주는 측면에서나 더 바람직하다.
윤성중·장수한의원 원장
[세계일보] 2004-08-12 () 00 35면 판 1696자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