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건강]안면마비 빨리 손쓰세요
- 작성일2004/12/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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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안면마비 빨리 손쓰세요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양치질을 하다 보니 한쪽 입가로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입술을 오므리려 해도 역시 입안에 머금은 물은 흘러내리고, 눈과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서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거울 앞으로 다가가 들여다보니 이미 입이 한쪽으로 쏠려 있었고, 아무리 바로잡으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대개의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발견하기까지 겪는 과정이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옛 어른들 말씀처럼 찬 곳에서 잠을 잔 것도 아닌데, 속된 말로 ‘입이 돌아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억울해한다. 흔히 ‘찬바람을 쐬어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 구안와사, 즉 안면신경마비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구안와사는 눈과 입이 비뚤어지고 기울어진다는 뜻으로 안면신경마비의 증상을 따온 이름이다. 따라서 안면신경마비와 구안와사, 와사, 와사풍은 모두 같은 병을 일컫는 것이다. 안면신경마비는 한쪽 얼굴에 마비가 와서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잘 감기지 않는 증상으로 눈을 위로 치켜뜰 때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진다.
안면신경마비는 인구 10만 명당 20명의 비율로 발생된다. 찬바람을 쏘이면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중 대표적인 예이다. 대체로 급만성 중이염, 내이염, 추체염 및 이성 대상포진과 같은 감염성과 벨씨마비, 청신경 및 안면신경 종양, 한랭노출, 당뇨병, 임신, 가족성 소인 등의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원인은 벨씨 마비이며 21∼30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성별의 차이는 없으나 임산부에 다소 많다. 발생기전으로는 알레르기설, 바이러스설, 염증설, 혈관 경련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설 등이 대두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감기 증상이 있었다가 귀 뒷부분이 아파 오면서 귀 뒤와 귓속에 물집이 생기면서(물집이 안 생기는 경우도 많다) 며칠 뒤에 안면 신경마비가 발생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헌트 증후군이란 진단을 하게 된다.
◇안면신경마비 증세를 겪고 있는 한 환자가 의료진에게서 상태를 검진받고 있다.
안면신경마비를 뇌졸중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 물론 인체의 모든 근육은 뇌의 지배를 받는다. 얼굴 근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른쪽의 얼굴은 왼쪽의 뇌, 왼쪽의 얼굴은 오른쪽 뇌의 지배를 받는다.
뇌 속에서 얼굴 근육으로 연결되는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중추성 안면신경 통로라 부르며, 뇌에서 갈라져 나와 직접 얼굴 근육에 연결되는 말초성 안면신경 통로를 안면신경이라고 부른다. 안면신경마비는 이처럼 말초성 안면신경 통로라고 하는, 뇌에서 갈라져 나온 신경가지 하나의 이상으로만 발생하므로 뇌 자체의 혈류장애로 발생하는 뇌졸중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흔하지는 않지만 중추성 안면신경계의 이상으로 안면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안면신경마비와 증상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뇌졸중에 의한 마비로,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을 감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뇌졸중은 말초 안면신경마비를 일으키는 질병보다 훨씬 중한 병이기 때문이다.
뇌졸중과 감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마 부위 근육의 마비 유무이다. 안면신경마비는 이마의 주름을 잡을 수 없지만,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다. 즉, 눈 아래의 안면근육은 마비되어서 입도 돌아가고 침도 흐르고 식사때 불편하지만, 눈 위의 안면근육은 정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안면신경마비와는 달리 눈꺼풀도 거의 정상적으로 감을 수 있으며 눈의 충혈이나 시린 증상도 없다. 또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외에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또는 어지러움 등 다른 증세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이 또한 뇌졸중과의 차이점이 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와 더불어 환자가 주의할 사항이 많다. 우선 안면마비 자체에 대해 조금 넉넉한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 대체로 여성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을 보면서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는데 이는 치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킨다.
초기에 눈꺼풀이 잘 감기지 않고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눈동자에 먼지 등이 묻어 충혈이 되고 아프기 때문에 안대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눈물이 나오는 데 문제가 없다면 손을 잘 닦은 다음에 손으로 가볍게 눈을 감기는 것을 몇 번씩 되풀이해 수동적으로나마 망막을 닦아주는 것이 좋고 만일 눈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인공눈물을 넣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면을 취할 때도 안대를 하고 자는 것이 바람직하고 운전 등 장시간 눈을 이용한 작업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귀 뒤에서 얼굴 쪽으로 자주 톡톡 때려주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안면신경마비의 증상은 발생 후 1주나 2주간은 계속 증상이 악화되는 코스를 밟게 된다. 이때 안면신경의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하면 마비의 정도와 신경의 손상정도를 알 수 있으며 마비의 정도가 경미할 때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2주 이내에 완쾌되며, 마비의 정도가 심할수록치유되는 기간이 길어져서 회복되는 데까지 1년 이상이 걸리는 수도 있다.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는 “치료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완치가 안 되거나 안면 경련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초기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 갑상선 기능 이상을 가진 60세 이상의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약 80% 정도의 환자에서 특별한 치료 없이도 1∼2개월이 지나면 거의 완쾌된다. 약물을 투여하면 더욱 빨리 회복되는데, 주로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흔히 사용되며,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때 항바이러스제제를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초기 약물 치료 후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면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조기에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교수〉
조원익기자/wick@segye.com
[세계일보] 2004-09-16 () 00 35면 판 310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