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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한방 돋보기]식체 (食滯)
    • 작성일2004/12/29 10:31
    • 조회 4,247

    추석 이후 소화불량이나 복통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이른바 ‘명절병’이다. 주로 과식이 원인이지만, 심한 스트레스나 위, 장의 기운이 저하되었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얹혔다’ 혹은 ‘체(滯)했다’고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윗배가 답답하고 아프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혹은 토하기도 한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좋아지지만, 때로는 불편함이 며칠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한방에서는 ‘급체(急滯)’라고 한다. 이때는 신속하게 한의원으로 가서 손과 발의 말단 부위를 따주어서 피를 몇 방울 나게 하고, 손과 발을 충분히 주물러주거나 배 뒤쪽의 등 부위를 자극해주면 좋다. 체기를 내리는 약간의 소화제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평소에도 항상 체기가 있는 사람이다. 이는 주로 위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조금만 잘못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체한 느낌이 들고, 만성변비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만성적인 체증의 경우는 의학적으로 음식물이 위내에 저류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위 내부를 내시경으로 관찰해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신경성’이라거나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는 위의 기능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기질적인 변화까지는 나타나지 않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음식물이 이미 위, 십이지장을 통과하였으나 위장 주변의 기혈(氣血)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불편함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만성체증의 경우에는 손과 발을 따거나 일반적인 소화제로는 별다른 효험을 볼 수 없다.
    이때는 침과 아울러 뜸을 행하는 것이 좋다. 허약해진 위장 기능을 도와주는 것으로 뜸이 효과적이다. 주로 복부나 등 쪽의 위나 장의 반응점에 뜸을 뜬다. 그래도 체기가 낫지 않으면 체기를 내리고 위나 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한약을 쓰는 것이 좋다. 흔히 민간에서 오래된 체기를 내린다고 하면서 체한 물질을 꺼내어 보여주는 행위는 일종의 사기행위이다.
    이런 체기는 위나 대장의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간에 이상이 있을 때에도 나타나게 된다. 간에 이상이 있어도 입맛이 없고, 체기가 나타나며 때로는 구역질 같은 증상이 생긴다. 특히 지방의 소화가 문제가 된다.
    한의학에서 간장은 ‘소설(疏泄)작용’을 한다고 본다. 소설작용이란 각종 대사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음식물의 소화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간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소설기능이 저하돼 음식물의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위장약이 아니라 간장의 기능을 호전시키는 처방으로 체기를 낫게 하기도 한다.
    체기를 예방하려면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차고 거칠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충분히 씹어 먹어야 한다. 식사 중이나 식후에 국이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위액을 희석시켜 소화를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나 과로도 위장 기능을 저하시키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윤성중·장수한의원 원장
    [세계일보] 2004-10-07 () 00 35면 판 1459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