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방 돋보기]겨울철 통증
- 작성일2004/12/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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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돋보기]겨울철 통증
따뜻한 온돌이 그리운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면 손발이 시리고 여기저기 쑤시고 욱신거린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기의 찬 기운이 몸의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는 까닭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러한 통증이다.
통증의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주로 요통과 견비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전신성 홍반성 낭창 같은 면역계 질환과 대상포진이나 신경염 같은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으로 나눈다. 그 외에도 외상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과 급·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암, 원인불명의 각종 동통질환 등이 있을 수 있다.
통증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통증이 바로 질병이 악화되는 단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곰곰이 통증의 원인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바로 진통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몸의 통증은 질병의 진행단계에서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라, 질병의 치유단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치유반응이다. 인간은 진화가 잘 이루어진 생명체로 자기치유 능력이 탁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상의 경우처럼 질병의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예외다.
몸의 일부분에 위기가 닥치면 몸은 그 조직을 치유하기 위한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따라서 파괴된 조직부위의 조직회복을 위해 혈액공급을 늘린다. 그 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통증은 증가한다. 이때 양방에서는 오히려 혈액순환을 차단하는 소염진통제를 투여하여 염증을 제거하여 증상을 가라앉히려고 한다. 환자는 그것으로 잠시 편안함을 느낄지는 모르나 치유반응도 막았기 때문에 질병이 만성화되고 만다. 반면에 한방에서의 통증치료는 기혈의 선순환에 중점을 둔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도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기혈의 순환이 막히게 되면 통증이 발생되고 순환이 좋아지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통증의 원인을 주로 외부의 차고 습하며 나쁜 기운이 경락에 들어오거나, 고량진미(膏粱珍味)의 과다한 섭취, 감정의 심한 변화, 외상 등에 의한 담음(痰飮)과 어혈(瘀血)로 인해 기혈의 순환이 나빠지기 때문에 나타난다고본다.
따라서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활혈(活血·피를 활발하게 함), 또는 행혈(行血·피를 잘 통하게 함)시키거나 담을 풀어주는 처방을 쓴다.
이런 처방에 많이 들어가는 당귀, 천궁, 현호색, 유향, 몰약 등의 한약들도 모두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어혈을 풀고 파괴된 조직이 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하는 약재들이다. 흔히 쓰는 침이나 부항(附缸), 핫팩(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찜질)도 경결된 조직을 풀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익한 수단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이런저런 만성적인 통증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유형의 만성적인 통증질환은 통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통증의 고통은 사람에 따라 무척 주관적이다. 이는 사람마다 통증을 참아낼 수 있는 한계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를 ‘통증의 문턱(threshold)’이라고 한다. 문턱이 높을수록 통증에 강하다. 무작정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만 말고, 또 그때마다 진통제에 의존하지 말고 의연히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통증은 괴롭기는 하지만 고마운 존재일 수 있다. 자동차의 고장도 미세한 잡음을 통해 감지한다. 자동차의 잡음을 방음처리하기만 한다면 더 큰 고장에 직면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몸에 통증이 나타날 때는 몸과 마음을 둘러보도록 하자. 그리고 평소에 섭생에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고치는 데 주력하자. 이런 노력만으로도 웬만한 통증질환은 별 문제없이 나을 수 있다.
윤성중·장수한의원 원장
[세계일보] 2004-12-02 (정보통신/과학) 기획.연재 35면 45판 1756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