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침, 그 신묘한 의술- 오마이뉴스
- 작성일2005/11/12 10:12
- 조회 4,912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 실린 동서한방병원과 각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건강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박도기자의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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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 침을 맞으면서
박도기자
넉넉한 마음의 두보
중국당나라 현종때 시성 두보는 말년을 전란으로 피난지에서 비참하게 보냈다. 가족과 생이별한 뒤 홀로 떠돌면서 늙고 병든 자신의 모습을 절구나 율시에 그대로 담았다. 내가 두시언해를 배울때도, 가르칠 때도 매번 깊은 감동받았고, 지금도 읽을수록 그윽한 맛을 느끼게 한다.
많은 병에 얻고자하는 것은 오직 약이니
미천한 이 몸이 이것밖에 무엇을 구하리오.
위 시구는 두보의 <강촌(江忖)> 미련(尾聯, 마지막 연)이다. 전란 가운데 고향과 가족을 이별하고 외롭게 객지를 떠돌면서 안분지족하는 두보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 나는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어깨 병을 얻어 횡성에 있는 한 한의원(평화당)에 다니면서 부지런히 침을 맞고 있다. 어깨 통증이 올 때마다 절망감에 빠지곤 하였는데, 침술의 신통함을 얻어 다시 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한방병원 따끈한 전기매트에 누워 팔다리에다 침을 꽂고 있으면 그때마다 ‘침과의 인연’이 떠올랐다. 내 지난 생애에서 고교 시절이 가장 어려웠는데 등록금을 낼 수가 없어서 휴학을 하였다. 그런 중 어느날 아침, 일어나니까 입이 돌아져 있었고 입에서 침이 흘렀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침술원에 갔으니 별 효험이 없었고 치료비도 부담이 되었다. 주인집 할머니가 나를 보고서는 종로 재동초등학교 옆에 사는 한 할아버지를 소개해주었다.
그 할아버지는 면허가 있는 한의사가 아니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에게 침을 놓아주는 분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내 몰골을 훑어보더니 ‘아사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영양실조에다가 찬방에서 자면 오는 증세라고 하였다.
할아버지는 허리에 찬 안경집 같은 침구통에서 대침을 꺼내더니 입이 돌아간 반대편 볼에다가 대침을 꽂았다. 그때 나는 그 대침에 진땀을 흘리면서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아프리라는 내 선입감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10센티미터쯤 되는 대침을 내 오른쪽 볼에 거의 다 꽂고는 손가락으로 몇 번 친 뒤 천천히 뽑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침을 뽑고는 찬 방에서 자지 말고 세 끼 밥 잘 챙겨 먹으라고 일렀다.
돌아오면서 어머니가 저고리 소매에 넣어둔 돈을 수고료로 드렸지만 할아버지는 그 돈으로 아이 고기국이라도 끓여주라고 끝내 받지를 않았다. 나는 그 침 한 방으로 입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때를 회상하고 있다. 나는 그 뒤 그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도 드리지 못하였고, 함자도 모른 채 오늘까지 지내왔다. 그때가 1961년으로 44년전이니 아마 그 할아버지는 벌써 저 세상 분이 되셨을 거다. 내 저승에 가서 그 어른을 만나뵐 수 있을는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10여 년 전, 고 3 졸업반 담임을 맡으면서 그 해 장편소설을 썼다. 그때는 워드를 칠 줄 몰라서 만년필로 원고지에다가 썼다. 나는 원고 에 대하여 결벽증이 심한 성미라 완성한 원고는 3000매 정도였지만 파지까지 1만매는 더 썼다. 혹 학생들 지도에 소홀하였다는 후문을 들을까봐, 결근 지각 조퇴 한 번 하지 않고 주말과 밤을 이용하여 썼더니 탈고 후 얼마 지나자 마침내 어깨 통증이 왔다.
오른팔을 들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하였다. 고통을 참아가며 수업을 하는데 판서에 이만저만 고통이 심하지 않았다. 누군가 학교에서 가까운 연희 입체교차로 곁에 있는 한방병원(동서한방병원)을 소개해줘서 열심히 다니면서 침을 맞았다.
한 달 남짓 다니자 씻은 듯이 나았다. 침을 맞으러 다닐 때는 다시는 팔을 무리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였지만 어찌 작가가 어깨를 쓰지 않으랴. 안흥에 내려오고도 벌써 두 번째 앓는 어깨 통증이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절망감이 심하였는데도 다행히 이번에도 침술 덕분에 통증이 멎었다. 하늘은 나에게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통증이 멎는 듯하여 나를 치료하던 이현주 한의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더니, 서로 인연이 맞아서 제 침이 들었던 모양이라고 겸손해했다. 다행히 나는 기와 혈이 살아있어 효험이 있었다고 하면서 이제는 내 몸 돌보는데도 힘쓰라고 충고하였다.
하늘은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면서 허튼 글 쓰지 말고, 내 마음 속 깊이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 내 집 뒤뜰에 핀 원추리꽃이 있다. 이 꽃을 침을 놓아준 동서한방병원 박상동, 평화당한의원 이현주 선생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