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방 돋보기]여름에 산을 찾는 이유
- 작성일2004/12/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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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돋보기]여름에 산을 찾는 이유...
얼마 전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의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방문하고 있었다.
작년에 갔을 때는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로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구름도 끼고 바람도 살갑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울보다는 더운 날씨였다. 중국 대륙은 하도 넓어서 북회귀선 이남의 해남도에서 저 시베리아에 맞닿아 있다.
고대 중국에서 발달한 동양의학이 지역에 따른 사람의 생리, 병리, 양생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을 이해가 될 정도였다.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의 수명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번에 갔던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는 화중 지방에 속하며, 땅이 낮아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습열에 의해 생기는 병이 많다. 이를 산람장기라고 한다. 습에 상한다는 것은 몸이 붓거나 늘어지기 쉽다는 것. 밤에 라면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과 손발이 붓는 것, 무릎 관절이 붓는 것, 각기 등은 모두 습기에 의한 병으로 파악된다. 한의학에서는 습에 상한다는 것은 비위가 좋지 않다는 것, 즉 소화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허약하며, 습을 제거하는 쪽의 음식과 생활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먹는 음식에는 이런 습을 제거하는 음식이 많다. 즉 속을 좋게 해 주는 따뜻한 음식이 즐비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무더운 곳에서 살면 진기가 빨리 흩어져 일찍 죽는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진기 즉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몸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서북 지역은 춥고 건조한 지역이다. 티베트, 몽골, 청해성, 신강성, 감숙성, 섬서성 등 말이다. 이 지역은 모두 고도가 높은 고원지대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는 차가운 기운에 상하기 쉽다. 대신에 속은 따뜻한 편. 따라서 밖으로는 찬 기운을 몰아내고 안으로는 속의 열을 꺼서 대변을 소통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 약은 대체로 찬 약이 많다. 사람들은 외부의 찬 기운에 저항하기 위해 튼튼해지게 된다.
때문에 이들 지역은 대체로 장수 지역에 꼽힌다. 기운이 차가우면 신진대사가 느려서 진기 소모가 줄어들기에 장수하는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고도 높은 산에 살면 장수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장수 마을 역시 어느 정도 고도가 있는 곳에 위치한다. 단전 호흡에서 거북처럼 호흡을 느리게 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높은 고도와 시원한 날씨는 체력 소모를 줄여 진기를 보존해 주기에 양생에 좋다. 요양 병원들이 바로 이런 곳에 위치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은 심장의 열이 충만하고, 콩팥의 수기가 약해지므로 몸조리에 가장 유의해야 할 때라고 한다. 이는 무더위에 과도한 신진대사는 좋지 않다는 말이다. 더운 여름, 몸에 좋은 것은 의식주를 시원하고 느리게 하는 것이다. 피서를 산으로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무더위에 몸을 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름에는 자신에 맞는 장소를 택해 기거하시는 것이 좋다.
최철한·천지인한의원 원장
[세계일보] 2004-07-22 () 00 35면 판 1470자 스크랩